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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취업 시 각오해야 할 세 가지

이야나 2022. 3. 6. 23:08
  중소기업 취업 생각한다면
각오해야 할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거래처도 주먹구구 소기업
보통 중소기업을 가더라도 '내가 맡은 업무를 잘하면 경력이 된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기업의 경우 거래처라고 하는 곳들도 1인 기업이나 아주 작은 기업들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곳들도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로 일한다. 작은 중소기업이더라도 거래처가 괜찮은 곳들이고 협업 잘하면 오퍼받을 기회도 생긴다던데, 정말 찐 좋(은)소(기업)는 거래처와 안싸우면 다행이다.


2. 기본적인 환경 조차 안되어 있음 (난방 등)
쾌적한 사무실 환경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냉골 창고에 책상과 의자만 가져다 두고 사무실이라 할 줄은 몰랐다. 내 개인 서랍이나 옷/가방을 둘 곳 조차 없었다. 옷은 어차피 너무 추워서 입어야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겨울 내내 롱패딩을 입고 손난로를 흔드느라 부스락부스락 소리를 내며 일했다.


3. 정말 생각도 못 한 일을 할 수 있음
작은 회사니까 마케팅 말고도 충분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예 다른 제품의 아예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작은 곳이어도 알차게 경력쌓고 나가려 했는데, 아예 생각치 못한 업무로 내 커리어를 시작해야 된다는 것은... 특히 '직무'가 취업 고려 조건 1순위였던 열정많은 신입에게는 매우 절망적인 일이다.



대학 졸업 후 1년 간 대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했지만 실패했다. 더 도전하고 싶지만 공백기가 무서워 필수 조건만 맞으면 입사하기로 스스로 협의했다.

조건은 간단하게 1위 직무 '마케팅' / 2위 연봉 '3,000이상' / 3위 산업 (패션 빼고 다 가능) 정도로 세웠다. 잡포털에 직무와 연봉으로 필터링했는데 검색 결과 딱 두 곳만 떠서 지원했고, 한 곳에서 연락이 와 면접을 봤다. 그리고 합격했다. 인적성이나 2차 면접 없이 면접 이틀 뒤 바로 입사하라 하니 얼떨떨하면서도 취준 1년동안 천천히 내려갔던 자존감이 조금은 올라갔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추웠다. 정말 말그대로 너무 추웠다. 온오프라인으로 식품을 파는 회사였는데, 가게 창고가 사무실이었다. 맨 구석 골방 창고에 어떤 난방 기기나 창문도 없이 책상만으로 공간이 꽉 찬 그 곳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1월 입사 첫 날, 슬랙스에 코트를 입고 출근했는데 도저히 손이 차가워 타자를 칠 수 없었다. 손난로를 흔들어 몸 이곳 저곳에 대보아도 흐르는 콧물은 멈출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여기서 하는 일이 '마케팅' 업무가 아니었다.

회사가 식품 외 다른 제조업도 운영했는데, 내게 주어진 일이 그 제품에 대한 발주관리 업무였다. ERP는 당연히 없었고, 거래처 별로 발주하는 제품명과 발주 방법이 달랐으며 '발주' '운송장 번호'라는 말 조차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오늘 발주 들어온 것 처리하라는 업무를 받았다. 카톡으로나마 문서로 남게 발주하는 거래처는 양반이고, 전화로 그거 몇개~ 이러고 끊는 발주처가 대다수였다.

또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데, A4 이면지에 발주 받은 그날 그날 발주 날짜 / 발주처 / 발주 받은 제품 / 수량 을 적고, 처리했으면 그 종이를 버리는 것으로 인수인계받았다.

당연하게도 이런 발주관리는 추후 거래처와의 갈등 및 업무 혼선을 낳았다. '이 제품, 이 수량 발주한 적 없다' 부터 '발주한지가 언젠데 안오냐' 등등... 내가 생각했던 식품의 발주관리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공산품 발주관리 업무를 하며 억울한 일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발주처별로 최근 6개월 기준 미수금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어디로 어떻게 보냈는지 이미 인수인계에서 배운대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인데? 정말 주먹구구도 이런 주먹구구가 없다는 생각에, 결국 다음 주 월요일에 독감을 핑계로 중견기업 면접을 보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