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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인간관계 스트레스 해소하기 1 : 비공개 기록하기

이야나 2022. 3. 16. 23:50


정규직으로 처음 입사한 회사 A.

이 회사에서 나와 함께 일할 사무 팀원은 내 또래 매니저 한명과 입사 예정인 디자이너 이렇게 총 셋이었다. 아, 대표포함하면 넷.

내 또래 매니저 h는 벌써 이직이 n번째로 경력도 화려했다. 나이에 비해 취업을 늦게 한 나와 갓 대학을 졸업한 디자이너는 인턴 경험을 제외하고는 쌩신입이었다.

그러나 셋 다 무던한 성격이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 불편함 없이 일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다고 처음에는 착각했다.

회사에 조금씩 적응되기 시작한 입사 일주일 차에 현장 팀원들과 함께 첫 회식을 가졌다.

디자이너의 옆자리, 내 맞은 편에 앉은 부실장이 다리를 떨자 디자이너가 한마디했다.

"다리 떨지마세요."

"왜요"

부실장은 멈추지 않고 장난스레 대꾸했다.

"다리떨면 귀신붙어요."

"그런거 다 미신이에요~
그리고 약한 사람들한테나 붙는거에요. 귀신은"

이렇게 시작된 '귀신'얘기를 발단으로, 디자이너의 10년 전 죽은 동생 얘기가 나왔다.

그녀는 펑펑 울면서 아직도 죽은 동생이 꿈에 나온다고 한다. 자려고 누우면, 동생인지 귀신인지 모를 것이 점점 자신에게 오는 느낌이 들어 무섭다 했다. 어릴 때부터 이래서 무당을 불러 굿도 했지만 소용없다 했다.

그 얘기를 듣던 부실장은 본인도 굿을 받아야 하는데, 싫어서 계속 미뤘다가 귀신이 씌여 일부로 외국에 몇 년있었다고 한다. 귀신은 바다를 건너야 띄어낼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러면서 귀신이 자꾸 보이거나 힘들면 자기한테 연락하라면서 본인이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주겠다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이 얘기를 듣고 나도 동생이 있어 앞으로 이 동생 같은 디자이너에게 더 잘해줘야겠다 다짐했다.




회식 이후, 아침부터 디자이너의 눈이 퀭하고 기분이 안 좋아 보여 혹시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보니, 동생이 꿈에 나왔다고 했다. 또는 귀신을 봤다, 가위에 눌렸다 등등.

그런 날은 디자인 요청이 어려웠다. 그리고 빈번했다.

하지만 그 슬픔에 공감해야 한다는 압박, 친자매처럼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디자인을 간단하게 처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정 요청하지 않았다.





그렇게 10개월을 함께 일하며, 새로 들어온 팀원에게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동생 같은 그 디자이너는 중간중간 새로 입사한 사람들에게 늘 나 때문에 죽고 싶고, 퇴사하고 싶다 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동생 생각에 우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위로하려 했던 것이 1년도 채 안됐는데,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닌데,

그런 그녀가 사람들에 '나'때문에 '죽고 싶다'라고 했다니...




직장 인간관계에 현타 올 때
행동 요령 1


기록하기 - 저널테라피


글의 힘은 대단하다.

대단한 문장력을 구사한 멋진 글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인간 관계에서 심적으로 힘든 점을 있는 그대로 나열해도 좋다.

(1) 오늘 회사에 있었던, 스트레스받았거나 기분 나쁜 일을 그대로 적기

(2) 내가 이 일을 겪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고, 얼마나 기분나빴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솔직하게 적기.
(나는 쌍욕까지 적었다.)

(3) 쭉 읽어보며, 생각 정리하기.
- 일의 원인 찾기
: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 일의 예방책 찾기
: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 일의 해결책 찾기
:  예방책과 같을 수 있지만, 기분 나쁜 일이 현재 진행형일 경우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저렇게 글로 다 풀어쓰면 그래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된다.

생각보다 화낼 일이 아니었네?하게 되기도 하고, 한번 더 그 사람 입장을 생각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나는 비공개 카페를 만들어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