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일주일 후 가진 첫 회식 자리에서,
나와 거의 동시에 입사한 디자이너가 10년 전 죽은 동생에 대한 얘기를 했다. 펑펑 울면서.
나 역시 동생이 있어 그 슬픔에 절로 이입됐다. 그래서 이 동생같은 디자이너에게 앞으로 더 잘 해줘야겠다 다짐했다.
동생의 죽음은 그녀의 직장 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함께 일하는 초기에, 아침부터 눈이 퀭하고 기분이 안좋아보여 혹시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보니, 동생이 꿈에 나왔다고 했다. 또는 귀신을 봤다, 가위에 눌렸다 등등.
그런 날은 디자인 요청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 슬픔을 헤아려야 한다는 압박, 친자매처럼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간단하게 처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정 요청하지 않았다.
그렇게 10개월을 함께 일하며 맞이한 겨울에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동생같은 그 디자이너는 중간 중간 새로 입사한 사람들에게 늘 나 때문에 죽고 싶고, 퇴사하고 싶다 했다고 했다.
동생의 죽음에 우는 모습을 보며 위로하고 싶던 것이 1년도 채 안됐는데,
죽음에 대해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닌데,
그런 그녀가 사람들에 '나'때문에 '죽고싶다'고 했다니...